'심심한 사과'로 최근 화제가 되었던 '문해력 논란' 기억하실까요? '심심(深深)한 사과'의 표현을 두고 일부에서 '심심하다'를 재미없고 지루한 일에 대한 표현으로 받아들여 항의를 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었습니다. 문해력이란 글의 맥락과 의도를 올바르게 파악하고 소통하는 것인데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문제가 된 것입니다.
문해력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과연 이 사건을 '문해력 저하'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각자의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문해력의 향상에 독서가 필수 요건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부분의 부모가 우리 아이가 스마트폰, TV, 게임보다는 책을 가까이하고 독서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길 바랍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아이들이 잘못된 독서 습관으로 '책' 자체를 싫어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책을 싫어하는 우리 아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어떻게 해야 책을 좋아하게 할 수 있을까요?
¶ 잘못된 독서지도
책을 읽는 습관을 몸에 지녀 아이의 올바른 성장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잘못된 독서지도는 아이들로 하여금 '책'이라는 존재 자체를 거부하게 합니다. 책 읽는 습관을 만들기 위한 가장 기본은 아이들에게 있어 '책을 읽는 것'이 즐거운 시간이며 책 읽는 시간 자체를 좋아하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책 읽는 시간', 하루에 '1시간 이상 책 읽기'처럼 규칙을 통한 강압적인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정말 책을 읽는 척하는 시간이 되고 맙니다. 감시자가 있을 경우에만 즉, 누군가의 앞에서만 독서를 하는 척하게 되는 겁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누군가 지켜보는 사람의 존재와 상관없이 스스로 책을 읽고 그 책에 몰입하는 모습이 아닐까요? 그래서 오늘은 아이들이 책을 싫어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역설적으로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하기 위해서 하지 말아야 할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 독서는 흥미와 관심이 먼저
글로벌 시대에 외국어 교육이 중요시되다 보니 어린 시절부터 영어 독서를 함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 영어에 대한 노출이 중요하다며 자녀와 함께 영어책 읽기를 강요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독서의 기본은 '재미' 그리고 '즐거움'입니다.
아직 한글도 제대로 모르고 책의 재미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외국어 습득을 목적으로 하는 영어책 읽기는 독서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게 합니다. 정말 노출을 통한 영어 교육을 목표로 한다면 '재미'와 '흥미'가 먼저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나 영화 캐릭터 등으로 흥미를 끌고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한글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야기 자체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아이를 대상으로 독서를 통한 외국어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 소리 내어 읽기를 강요하지 말자
서울의 독서연구회에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책 읽기가 싫어지는 순간에 대해 설문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중 책을 싫어하게 된 이유 4위로 꼽힌 것이 소리 내여 읽기를 강요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소리 내어 책을 읽게 하는 것은 아이들의 뇌를 활성화하는 좋은 방법이라며 한 때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책을 읽어 정보나 지식을 습득할 때 눈으로만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까지 내면 다양한 감각을 통해 기억되고 뇌가 활성화된다는 이론이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냥 눈으로만 읽고 책을 즐길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는 아이들에게 억지로 소리 내여 읽게 하면 독서 자체에 거부감이 들 수 있습니다. 학문적으로 어떤 좋은 결과를 도출한 방법이라도 독서의 기본은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 독후 활동은 필수가 아니다
아이들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면 '어느 부분이 재미있었는지', '책을 통해 배운 점은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어 지는 게 부모의 마음입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난 아이에게 책을 '끝까지 읽었는지', '내용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그래서 주인공이 무엇을 느꼈는지'와 같은 세부적인 사항을 확인하려고 합니다.
아직 구체적인 표현이 어려운 초등 저학년의 경우 책을 읽으면 가장 먼저 느끼는 점이 '재미있었다 또는 재미없었다'입니다. 부모가 바라는 세부적인 사항보다 이야기의 큰 줄거리만을 기억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경우 아직 독서의 큰 틀에 집중하여 몰입을 함으로써 책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부모가 확인을 위해서 '주인공의 이름', '사건의 흐름', '중심 주제' 같은 세세한 질문을 하며 독후 활동을 강요하게 되면 책 읽기는 즐거운 시간이 아니라 내용을 암기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학업'이 되어버립니다.
책을 읽고 책에 대해 아이가 흥미를 느꼈다면 무리한 독후활동이나 세부적인 내용 확인보다는 아이의 감상을 물어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한두 마디의 단순한 소감이더라도 스스로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격려하고 책을 읽었다는 행동 자체를 칭찬해줘야 합니다.
▶ 억지로 읽는 권장도서
아이들이 책 읽기를 싫어하는 이유 1위는 독후감을 써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최근의 책 읽기가 학교의 '수행평가'나 학업의 보조수단이나 수행평가 등으로 의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른의 입장에서도 이해가 가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 2위였던 권장도서 읽기였습니다. 초등학교 10년 차 교사이며 아이들을 위한 독서 방법에 대해 오랜 시간 연구하고 계신 독서전문가 안상현 선생님은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가면 스스로 책을 고르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에게 그냥 책의 표지가 마음에 들어도 좋고 제목이 특이해도 좋으니 읽고 싶은 책을 고르라고 해도 망설이는 아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사실 독서의 기본은 그 책이 궁금하다는 호기심에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최근엔 교육청이나 학교기관 등 수십 가지의 기관에서 아이들을 위한 도서를 추천해줍니다. 부모들도 아이들에게 자신의 취향이나 호기심에 따른 도서를 찾기보다는 권장도서를 빠르게, 많이 읽히려고 노력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취향이나 호기심 흥미에 따른 독서를 하지 못하고 권장도서나 추천도서의 목록을 미션을 클리어하듯 의무적으로 읽게 됩니다. 이 순간이 아이들에겐 독서를 싫어하게 되는 순간이 되는 것입니다.
학업 성적의 향상은 물론 인생의 선배로서 독서가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의 자녀들에게 독서하는 습관을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습니다. 오늘은 아이들이 '독서를 싫어하게 되는 순간' 들에 대해 설문조사와 전문가의 이야기를 통해 알아보았습니다.
물론 설문 결과가 독서 습관에 대한 잘못된 지도 방법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잘못된 방법으로 독서를 지도하였을 경우 아이들이 '독서' 자체를 싫어하게 될 수도 있으니 한 번쯤 우리도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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